공단 재가동을 기대했다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박근혜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정책결정체계가 사실상 붕괴된 것으로 보인다. 5자회담, 사드 배치 등 대통령이 통일외교안보 분야의 중대 현안에 대해 무절제하게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고, 이를 수습한답시고 비현실적이며 비합리적인 정책을 각 부처가 잇따라 내놓으며 추종하는 형국이 초래되고 있다. 외교안보 부처 관리들이 대통령의 5자회담, 사드 배치 언급이 얼마나 부적절한지 모를 리 없고, 통일부 관리들이 개성공단 전면 중단이 기름을 안고 불섶에 뛰어드는 무모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직시하지 못할 리 없다고 본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 임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된 관련 자료가 있다"고 밝혔다. 매우 심각한 발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동안 박근혜 정부가 2013년 3월 7일 채택된 유엔안보리 결의안 2094호를 위반한 것이 된다. 결의안은 "회원국에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다액의 현금을 포함한 금융자산의 이동이나 금융서비스 제공 금지를 의무화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개성공단 임금은 세 부분으로 나눈다. 먼저 북한 당국이 복지비용(주택이나 교육 혹은 의료, 북한은 이를 사회문화시책비라고 부른다)으로 일정 수준을 뗀다. 그 다음에 현물임금과 현금임금으로 나누어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 현물임금은 바우처 같은 것을 발행해서 전용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현물임금 비중을 높여달라고 요구해서 이 부분이 늘었다. 나머지는 달러를 북한 원화로 환전해서 직접 노동자들에게 지급된다.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자금으로 전용됐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인 근거를 밝혀야 할 것이다.